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참 행복한 일 중 하나다.
기쁜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맘 안에 무겁게 들어있는 힘듦을 덜어내는 대화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입 밖으로 내뱉는 것만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옆에서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만큼 힘이 되는 일이 또 있을까.
김진명 소설가는 그의 첫 에세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진지한 삶은 언제나 인간의 본질, 바로 슬픔과 비극 위에 존재한다. 누군가와 사랑과 우정이 담긴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 우울한 내용의 대화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상대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요즘 혹시 힘든 일 있어요? "
그리하여 우리가 타인과 나누는 대화는 상대가 어떤 비극을 겪고 있으며 어떤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묻고 같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너무 공감이 되었다.
이제껏 가볍고 의미 없는 대화들만 오가는 시간은 아깝게 느껴지곤 했지만, 내 답답함을, 상대의 속상함을 덜어내는 시간은 딱히 대책을, 해법을 찾지 못해도 의미 있었다.
그러나 의미의 경중만 다를 뿐, 나에게 만남이란 언제나 즐거움을 남겼다.
만남이 있을 때마다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니,
이야기는 흩어졌지만, 그날의 따뜻했던, 아팠던, 속상했던, 반가웠던, 기뻤던 감정들이 순간으로 남아있음을 느낀다.
온라인에서 연결되었던 사람들과의 오프라인
첫 만남에 어색하고 떨렸던 순간들.
서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스캔하면서도 다정한 마음들을 내어놓았던 기억.
다소 어려운 시댁 식구들과 식사 후 들렀던 카페.
허공에 흩어지는 공허한 대화들만 오갔던 시간,
그럼에도 열심히 감사히 살아야 한다는 작은 교훈을 하나 건졌던 기억이.
엄마로 아내로 열심히 살았지만,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되지만, 답은 너무 멀게 느껴지는 날.
이런 날은 볕 잘 드는 카페에서 차 마시며 힐링하는 게 최고지.
핫하다는 카페에서 핫한 음료를 먹으며
나도 유행러쯤은 아니어도 이런 거 즐길 줄 아는 사람,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쓰잘데기 없는 만족감이 들었던 날. 나 이런데도 가봤다는 뽐질?
느림의 미학을 느끼며 유유자적했던 날.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자녀문제로 고충을 털어놨던 친구의 고민에 그저 들어주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 친구는 마음의 답답함을 덜었겠지. 조금은 밝아진 표정의 친구 모습에 나도 가벼웠던 기억.
언니의 잔소리는 늘 내게 힘이 되고, 삶의 동력이 된다.
감사함을 놓지 않는 삶을 사는 언니를 보며 늘 본받야지 생각하는데, 이날도 언니를 보며 진짜 멋지게 살고 싶다는 의욕이 넘쳐흘렀던 시간.
2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마음 결이 같아서 일까.
어색함이 없다는 게 더 어색했던 우리의 만남.
가끔은 달달함 가득하게 충전을 해줘야 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다이어트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상큼한 너와 상큼한 요거트를 마시며,
즐겁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던 하루.
매일매일을 재미나게 보내야 한다는 너의 인생관이 난 참 좋다.
가끔은 혼자 커피 마시는 시간이 행복해.
옆에 술술 읽히는 책이 있다면 완벽하지.
이렇게 지나간 시간 끄집어내며 끄적이는 이 시간도 행복해. 행복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